전용서체 연대기 · 2편
서울서체 2008: 서울한강체·서울남산체는 어떻게 도시의 글자가 됐나
서울시는 2008년 7월 14일 명조 계열 서울한강체와 고딕 계열 서울남산체 9종을 공개했습니다. 윤디자인의 9개 안에서 고른 이 글꼴이 어떤 배경에서 나와 어떻게 도시 곳곳에 퍼졌고, 2011년 장체 10종과 2024년 서울알림체 4종으로 어떻게 23종이 됐는지 정리했습니다.
서울서체는 서울시가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지방자치단체 전용서체로, 2008년 7월 14일 명조 계열 '서울한강체'와 고딕 계열 '서울남산체' 9종이 먼저 나왔습니다. 윤디자인이 제시한 9개 안 가운데 서울시가 3개를 고르고, 그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두 안이 최종 서체가 됐습니다. 한옥의 열린 구조와 기와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이 글꼴은 시청 현판과 공공 사인, 공문서를 거쳐 서울 바깥의 간판과 현수막에까지 퍼졌고, 2011년 장체 10종과 2024년 서울알림체 4종이 더해져 지금은 23종입니다.
서울서체는 왜 만들어졌나?
서울시의 공식 설명은 짧습니다.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체를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문화포털, 서울서체 안내) 2010년 전시 소식을 전한 기사도 "도시 고유의 독특한 매력과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2008년 7월에 개발됐다고 적습니다. (재경일보, 2010-02-19)
이 한 줄 뒤에는 2008년 서울시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가 정리한 그해 하반기 연표를 보면 7월 10일 서울국제디자인포럼 개막, 7월 14일 서울서체 개발, 8월 11일 대학로 디자인서울거리 착공, 10월 10일 서울디자인올림픽 개막, 11월 19일 서울디자인재단 출범, 12월 11일 천호대로 디자인거리 준공이 줄지어 있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사진으로 보는 2008년 서울(하)」) 서울서체는 '디자인서울거리'처럼 디자인을 앞세운 그해 사업들 사이에 놓인 한 항목이었고, 글꼴 배포 창구도 디자인서울 홈페이지였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도시 브랜드를 글자로 세우려는 움직임은 유럽 여러 도시를 시작으로 확산돼 온 흐름이기도 합니다. (GQ 코리아, 2018-05-22)
누가 어떻게 개발했나?
개발사는 윤디자인입니다. 윤디자인이 9개 안을 제시했고 서울시가 그중 3개를 골랐으며, 이 가운데 38%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가 최종 서울서체로 결정됐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2010년 기사는 10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9개월에 걸쳐 개발했다고 전합니다. (재경일보, 2010-02-19) 서울시 문화포털의 안내 페이지에는 개발사가 적혀 있지 않고 담당 부서가 디자인정책담당관으로만 표시돼 있어, 개발사 이름은 시민기자 기사 한 건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밝혀 둡니다.
설계의 핵심은 명조와 고딕이 같은 골격을 갖도록 한 것입니다. 가로 줄기의 돌기를 줄이고 일부는 눕혔으며, ㅎ과 ㅍ에는 '열린 공간'의 상징을 담았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그래서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는 계열이 달라도 한 가족으로 읽힙니다.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는 어떻게 구성됐나?
2008년 서울서체 1.0 정체는 모두 9종입니다. 명조 계열 서울한강체가 Light·Medium·Bold·Extra Bold 4종, 고딕 계열 서울남산체가 같은 4종, 여기에 서울남산체 세로쓰기 1종이 더해집니다. (서울시 문화포털, 서울서체 안내)
이름은 서울의 자산인 한강과 남산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울시는 두 서체가 "강직한 선비정신과 단아한 여백의 미"를 표현하는 상징 서체이며, 조형에는 "한옥의 열림과 기와의 곡선미"를 담았다고 설명합니다. (서울시 문화포털, 서울서체 안내) 2011년 시민기자 기사는 명조 계열에 선비정신과 여백을, 글자 조형에 한옥의 열린 구조와 기와의 곡선을 담았다고 풀어 씁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서울서체는 어디에 쓰였고 어떤 평가를 받았나?
공개 3년 뒤인 2011년에 이미 서울시청 현판, 시청 앞 시설 안내판, 시청 이동 차량, 주민센터 현판에 적용돼 있었습니다.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2010년 2월 21일부터 3월 28일까지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에서 '서울서체와 만나다展'이 열려, 서울디자인창작지원센터 입주 디자이너 12명이 한글 자음 하나씩을 모빌·제품·쿠션·일러스트로 풀어냈습니다. (재경일보, 2010-02-19)
가장 흥미로운 기록은 서울 밖에서 나옵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유지원은 2018년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버스길에 서울서체로 만든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부산의 한 극장 간판에도 서울서체가 쓰였다고 적었습니다. 정작 제주도에서는 제주서체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GQ 코리아, 2018-05-22) 무료로 풀린 지자체 서체가 행정구역을 넘어 전국 글꼴이 된 셈입니다.
평가는 엇갈립니다. 유지원은 서울서체가 제주서체보다 탈네모꼴 성격이 강하고 판독성이 높으며 산뜻한 인상을 준다고 봤습니다. 다만 '선비정신', '여유', '한옥 처마의 선' 같은 개발 모티브를 시민이 체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추상적 형태만으로 서울시 글자체라는 인지를 얻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남산체의 'ㅎ'은 획이 몰려 과도하다며 지하철 합정역 사인을 예로 들었고, 'ㅅ'은 아름답다고 썼습니다. (GQ 코리아, 2018-05-22) 한편 2012년 서울서체·부산체·제주서체의 자소 형태를 분석한 논문은 지자체 전용서체 전반에 대해 "완성도의 미흡함과 차별성의 부족"을 지적하고, 공공서체로서의 활용 전략과 시각적 고유성, 상징성 측면의 기능 확장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정유경, 브랜드디자인학연구 10권 4호, 2012-12)
2011년 장체와 2024년 서울알림체로 어떻게 이어졌나?
서울서체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1년에는 서울한강 장체와 서울남산 장체가 각각 Light부터 Black까지 5종씩, 모두 10종 개발됐습니다. 2024년에는 '서울서체 2.0' 기능서체로 서울알림체 4종(Medium·Bold·Extra Bold·Heavy)이 더해졌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높은 가독성과 기능성을 바탕으로 공공안내에 최적화된 서체"라고 소개합니다. 정체 9종, 장체 10종, 알림체 4종을 합쳐 총 23종입니다. (서울시 문화포털, 서울서체 안내)
서울알림체는 서울시와 타입 디자인 스튜디오 티랩(TLAB)이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박윤정, 타입 디자이너는 박한솔·Edward July·박진현입니다. 글자 폭이 같은 네모꼴 구조로 안정적이고, 손글씨 같은 곡선 획과 부채꼴 모양의 꼭지로 식별성을 높였습니다. 2025년 4월 서울시가 지하철 노선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이 서체를 적용했습니다. (디자인컴퍼스, 2025-05-12) 2008년의 서울서체가 '도시의 상징'을 목표로 했다면, 2024년의 서울알림체는 '읽히는 안내'를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서울서체는 어떤 조건으로 쓸 수 있나?
서울서체는 서울시 문화포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안내 페이지에는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서울시 문화포털, 서울서체 안내) 출처를 밝히더라도 상업적 이용과 변경은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서울알림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되 판매·유상양도·무단배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소개됩니다. (디자인컴퍼스, 2025-05-12) 페이지에 표시된 공공누리 유형과 글꼴 파일에 딸린 이용 약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간판이나 상품처럼 상업적 용도로 쓸 때는 서울시가 배포하는 약관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관련 글: 「기업 전용서체의 시작: 현대카드 유앤아이와 아모레퍼시픽 아리따(2003~2006)」, 「무료 배포가 만든 생태계: 나눔글꼴과 배달의민족 한나체」
자주 묻는 질문
서울서체는 언제, 누가 만들었나요?
서울시 연표에 따르면 2008년 7월 14일 서울서체가 개발됐고, 개발사는 윤디자인입니다. 윤디자인이 제시한 9개 안에서 서울시가 3개를 고르고 그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가 채택됐으며, 10명의 디자이너가 9개월에 걸쳐 작업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는 무엇이 다른가요?
서울한강체는 명조 계열, 서울남산체는 고딕 계열입니다. 두 서체는 같은 골격을 공유하도록 설계돼 한 가족으로 읽히며, 각각 Light·Medium·Bold·Extra Bold 4종에 서울남산체 세로쓰기 1종을 더해 2008년 정체 9종이 됐습니다. 2011년에는 각각 5종씩 장체 10종이 추가됐습니다.
서울서체는 모두 몇 종이고 상업적으로 써도 되나요?
2008년 정체 9종, 2011년 장체 10종, 2024년 서울알림체 4종을 합쳐 총 23종입니다. 서울시 문화포털의 서울서체 안내 페이지는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 금지, 변경 금지)을 표시하고 있으므로, 상업적 용도로 쓰려면 서울시가 글꼴과 함께 배포하는 이용 약관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서울서체」 안내(2008·2011·2024 개발 경과, 총 23종, 공공누리 제4유형 표시), 서울시 문화포털.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29602
- 「사진으로 보는 2008년 서울(하)」(2008-07-14 서울서체 개발 연표), 서울시 미디어허브.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50738
- 호미숙(시민기자), 「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 아세요?」, 서울시 미디어허브, 2011-03-04.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178439
- '서울서체와 만나다展' 전시 보도(2008년 7월 개발, 10명의 디자이너·9개월), 재경일보, 2010-02-19. https://news.jkn.co.kr/post/339231
- 유지원, 「서울서체 VS. 제주서체」, GQ 코리아, 2018-05-22. https://www.gqkorea.co.kr/?p=109403
- 정유경, 「지방자치단체의 한글 전용서체에 대한 조형성 고찰」, 브랜드디자인학연구 10권 4호(통권 23호),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2012-12. https://www.earticle.net/Article/A190008
- 「서울알림체, 18년만에 등장한 새 서울 서체」, 디자인컴퍼스, 2025-05-12. https://designcompass.org/2025/05/12/seoul-font-2/
- 공공누리 유형 안내(제1~4유형), 문화체육관광부. https://www.mcst.go.kr/kor/s_open/kogl/koglType.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