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서체 연대기 · 8편
배달의민족 한나체: 폰트가 마케팅이 된 사례
배달의민족은 2012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글날 무렵 서체를 무료로 풀었다. 간판 글씨를 본뜬 서체가 자막·간판·굿즈로 퍼지며 브랜드 자체가 된 과정과, 2025년 워크체로의 전환까지 기사로 확인한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한나체는 2012년에 나온 첫 자체 서체로, 길거리 간판의 삐뚤빼뚤한 손글씨를 일부러 재현했다. 회사는 이 서체를 무료로 풀고 해마다 한글날 무렵 새 서체를 하나씩 더했으며, 2022년 글림체까지 열두 종이 이어졌다(뉴데일리, 2022-12-09). 폰트 자체가 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TV 자막과 가게 간판, 대학 과제에까지 퍼지면서 서체가 곧 브랜드가 됐다. 폰트가 어떻게 마케팅이 됐는지, 확인된 기사로만 따라가 본다.
한나체는 어떻게 시작됐나?
한나체의 디자인 모티브는 1970~1980년대 아크릴판에 손으로 삐뚤빼뚤하게 쓴 간판이다(한경 매거진, 2017-02-15). 디지털인사이트는 같은 간판을 1960~70년대로 적어, 연대 표기는 매체에 따라 갈린다(디지털인사이트, 2017-08-10).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는 브랜드에 일관된 목소리를 주려고 서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거친 느낌은 길거리 간판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뉴데일리, 2022-12-09).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는 무료 배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모두가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서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한경 매거진, 2017-02-15).
서체 디자이너 한동훈은 한나체가 손으로 그린 간판 글씨의 흔들림을 일부러 재현했으며, 사실상 시장의 'B급' 서체 유행을 연 서체라고 평가했다(비즈한국, 2025-08-04). 2020년 이투데이는 배민이 "키치하고 B급 정서"를 중심에 둔 브랜드 정체성 전략을 2012년 한나체로 쌓았다고 썼다(이투데이, 2020-11-30).
배민은 매년 한글날에 무엇을 내놓았나?
뉴데일리가 정리한 배민 서체 연표는 다음과 같다(뉴데일리, 2022-12-09).
- 2012년 한나체
- 2014년 주아체
- 2015년 한나는열한살체, 도현체
- 2016년 연성체
- 2017년 기랑해랑체
- 2018년 한나체 Air, 한나체 Pro
- 2019년 을지로체
- 2020년 을지로10년후체
- 2021년 을지로오래오래체
- 2022년 글림체
이투데이는 한나체·주아체·도현체·연성체·기랑해랑체가 거리 간판과 안내판 글씨에서 영감을 받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을지로 공구거리 간판을 모티프로 한 세 서체가 나왔다고 정리했다(이투데이, 2022-11-15). 한 해에 한 종씩, 같은 계절에, 같은 출처(간판)에서 서체를 꺼내는 방식이 10년 넘게 이어진 것이다. 한명수 CCO는 서체가 받아들여진 이유를 처음부터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오래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배민 글꼴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뉴데일리, 2022-12-09).
을지로체는 왜 1년이 걸렸나?
2019년 한글날에 맞춰 공개된 을지로체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을지로 일대에서 손글씨 간판을 써 주던 무명 장인, 이른바 '간판 할아버지'의 글씨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을지로 인근 간판 사진을 모으고 샘플 200자를 손으로 그린 뒤 폰트 제작 업체와 수개월을 작업했으며, 전체 제작 기간은 1년이었다. 완성된 서체는 2,350자로 구성됐고 프로젝트는 김봉진 대표가 직접 지휘했다(뉴데일리, 2019-10-07).
공개에 앞서 을지로3가에 전시장을 열고 방문객 이름으로 명함을 만들어 주는 행사를 열었으며, 사진이 잘 나오는 공간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고 같은 기사는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라져가는 손글씨 간판을 폰트화한만큼 을지로만의 고유 분위기를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뉴데일리, 2019-10-07). 을지로체는 '도시와 글자'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었고, 뒤이어 을지로10년후체(2020)와 을지로오래오래체(2021)가 나왔다.
글림체는 왜 폰트 파일이 아닌가?
2022년 11월 15일 공개된 글림체는 글자와 그림을 합친 '그림 글자'다. 멀리서 보면 글자지만 자음·모음을 들여다보면 배민 마스코트 '배달이친구들'이 몸으로 한글을 표현하고 있다. 서체 파일이 아니라 이미지 파일로 제공되며, PPT나 그림판 같은 빈 화면에 자모를 끌어다 놓아 글자를 만든다. 자모는 배민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렸고 기본형·폭신형·납작형·길쭉형·와일드형 같은 여러 스타일이 있으며, '글림체 놀이터'에서 조합해 볼 수 있다(이투데이, 2022-11-15). 한명수 CCO는 "가까이에서 보면 배달이의 표정까지 보이는 역동적 그림이고, 멀리서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자"라고 소개했다.
폰트 파일을 포기한 대신 '가지고 노는 글자'가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용자가 직접 자모를 조합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므로, 서체가 곧 참여형 콘텐츠가 된다.
폰트는 어떻게 마케팅이 됐나?
한국경제 매거진은 2017년 시점에서 배민 서체가 MBC 〈무한도전〉 자막, 카드뉴스, 상점 간판, 대학 과제와 프레젠테이션에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는 USB·때수건 같은 '배민문방구' 상품이 수익성은 크지 않아도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고, 패션 브랜드 '배민의류'가 2016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주목받았다고 덧붙였다(한경 매거진, 2017-02-15). 서체를 무료로 풀자 남들이 만든 자막과 간판과 과제물이 배민의 광고판이 된 셈이다.
이 방식은 해외로도 옮겨 갔다. 배민 베트남 법인은 현지 스튜디오 라이스와 함께 베트남어 서체 '배민 다니엘체'를 만들어 라이더 유니폼, 굿즈, 광고 카피에 썼고, 이 서체는 모노타입이 주최한 'Type Champions Award 2020'에서 IBM, MoMA, 아디다스 등과 함께 수상했다(이투데이, 2020-11-30). 인기완 우아한형제들 해외사업부문장은 국내에서 개척한 마케팅 방식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묻는 질문에 한명수 CCO의 답은 솔직하다. "당연히 처음엔 돈이 안된다. 한 10년 동안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무료 폰트로 이미지를 쌓으면 장기적으로 소통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디아이투데이, 2024-10-15).
워크체 이후, B급 서체는 끝났나?
2025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2.0' 리브랜딩의 첫 결과물로 채도 높은 민트색과 새 전용서체 '워크체'를 공개했다. 워크체는 ㅅ·ㅈ·ㅊ의 사선을 수직·수평으로 세운 정돈된 고딕으로, 한동훈은 품질이 탄탄하다면서도 일부 글자의 획 굵기와 받침 위치를 지적하고, 앞으로 나올 서체가 B급으로 남을지 더 다듬어질지 지켜볼 일이라고 썼다(비즈한국, 2025-08-04). 회사는 고객의 불편을 줄이려고 브랜드 디자인을 점진적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한나체가 만든 것은 서체 하나가 아니라 '배민은 글자로 말한다'는 인식이었다. 그 인식이 있기 때문에 서체를 B급에서 A급으로 바꾸는 일 자체가 뉴스가 된다. 폰트가 마케팅이 됐다는 말의 뜻은 거기에 있다.
관련 글: 「현대카드 유앤아이 20년: 전용서체가 브랜드 자산이 되는 법」, 「기업 서체의 확산: 삼성·카카오·토스·넥슨 사례」
자주 묻는 질문
배달의민족 서체는 상업적으로 써도 되나?
기사들은 배민 서체가 무료로 배포됐다고 전하지만, 세부 조건(수정·재배포·출처 표기)은 서체마다 다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공식 약관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쓰기 전에 우아한형제들 공식 서체 페이지의 최신 라이선스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글림체는 왜 폰트 파일로 내려받을 수 없나?
글림체는 자음·모음을 배민 마스코트가 몸으로 표현한 그림 글자로, 서체 파일 대신 이미지 파일로 제공된다. PPT나 그림판에 자모 이미지를 끌어다 놓아 글자를 만들며, '글림체 놀이터'에서 조합해 볼 수 있다(이투데이, 2022-11-15).
한나체 다음에 나온 서체는 무엇인가?
뉴데일리 연표 기준으로 2014년 주아체, 2015년 한나는열한살체·도현체, 2016년 연성체, 2017년 기랑해랑체, 2018년 한나체 Air·Pro, 2019~2021년 을지로체 3종, 2022년 글림체가 이어졌고, 2025년에는 리브랜딩과 함께 워크체가 나왔다.
참고 자료
- 「배민, 2012년부터 한글날 기념해 제작한 자체 글꼴 무료 배포」, 뉴데일리경제, 2022-12-09.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2/12/09/2022120900008.html
- 「글자만 봐도 '아~그 회사', 서체 개발 열풍」, 한경 매거진, 2017-02-15.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1702148179b
- 「한글날 맞이 8번째 서체 전시 2030 네티즌 '입소문'」, 뉴데일리경제, 2019-10-07.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9/10/07/2019100700076.html
- 「우아한형제들, 새 서체 '배민 글림체' 출시」, 이투데이, 2022-11-15. https://www.etoday.co.kr/news/view/2192446
- 「배민, 베트남에서도 '서체' 마케팅…글로벌 어워드서 수상」, 이투데이, 2020-11-30. https://www.etoday.co.kr/news/view/1968144
- 「배민, B급 원조 '한나체'에서 A급 '워크체'로」, 비즈한국, 2025-08-04. https://bizhankook.com/articles/30076.html
- 「토스·배민이 전하는 폰트의 힘… 네, 폰트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디아이투데이, 2024-10-15. https://ditoday.com/?p=112019
- 「05. 우리가 어떤 '폰트'입니까」(한나체 제작 비화), 디지털인사이트(디아이투데이), 2017-08-10. https://ditoday.com/?p=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