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서체 연대기 · 9편

기업 서체의 확산: 삼성·카카오·토스·넥슨 사례

현대카드·배민 이후 기업 서체는 더 다양해졌다. 400개 언어를 아우르는 삼성원, 게임 캐릭터 손글씨를 담은 넥슨 서체, 이모지를 폰트로 만든 토스페이스, OFL로 푼 카카오 글씨까지, 출처로 확인되는 네 사례의 목적과 배포 조건을 정리한다.

최근 기업 서체는 '브랜드 글자를 하나 만든다'에서 벗어나 제품 UI, 게임 캐릭터, 이모지, 화면용 본문까지 목적이 갈라졌다. 삼성은 26개 표기 체계와 400개 이상 언어를 하나의 서체 가족으로 묶었고, 넥슨은 게임 서체 5종을 비상업 용도로 열었으며, 토스는 글자 대신 이모지 3,600개를 폰트로 만들었고, 카카오는 2025년 화면용 서체를 오픈 폰트 라이선스로 풀었다. 배포 조건은 사례마다 다르다. 이 글은 기사와 공식 페이지로 확인되는 네 사례만 다루고, 확인되지 않은 서체는 다루지 않는다.

기업은 왜 서체를 만들고, 왜 공개하나?

목적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안에서 쓰기 위한 서체다. 수십 개 언어로 제품을 파는 회사는 어느 나라 화면에서나 같은 인상을 주는 글자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밖으로 풀기 위한 서체다. 남이 내 글자로 만든 자막·간판·과제물이 광고가 된다는 것을 배달의민족이 보여 준 뒤(한경 매거진, 2017-02-15), 무료 배포는 기업 서체의 흔한 선택지가 됐다.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는 무료 폰트로 이미지를 쌓으면 장기적으로 소통 비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디아이투데이, 2024-10-15). 아래 네 사례는 이 두 목적이 어떻게 다른 구성과 배포 조건으로 이어지는지 보여 준다.

삼성원: 400개 언어를 하나의 글자로

삼성디자인 사이트는 삼성원(SamsungOne)을 삼성의 제품·서비스·플랫폼 전반에서 일관된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글꼴로 소개한다. 26개 표기 체계, 400개 이상의 언어, 25,000개 이상의 글자를 지원하며, 설계 원칙은 휴머니스트(Humanist)·독창성(Distinctive)·보편성(Universal)·전문성(Expert)·가독성과 확대축소성(Legible/Scalable) 다섯 가지다(삼성디자인, SamsungOne 소개 페이지).

  • 목적: 삼성의 제품·서비스·플랫폼 전반의 글자를 하나로 통일
  • 구성: 26개 문자 체계를 아우르는 다국어 서체 가족
  • 배포 조건: 소개 페이지에는 소개 자료(PDF) 다운로드만 있고, 서체 파일의 외부 공개나 무료 사용 조건은 안내되지 않는다

삼성원은 '밖으로 푸는 서체'가 아니라 '안에서 쓰는 서체'의 대표 사례다. 글로벌 제품 회사가 서체를 만드는 이유는 마케팅보다 일관성이며, 그 일관성의 단위가 언어 400개라는 점이 이 사례의 핵심이다.

넥슨 레벨업: 게임 캐릭터의 손글씨가 서체가 되다

넥슨은 2019년 한글날을 맞아 서체 배포 사이트 '레벨업'을 열고 자체 제작 서체 5종을 무료로 공개했다. 본문용 '넥슨Lv.1고딕'과 '넥슨Lv.2고딕', 디자인 요소를 담은 디스플레이용 '피파풋볼고딕'·'메이플서체'·'배찌체'다. 이 가운데 넥슨Lv.1고딕·넥슨Lv.2고딕·배찌체는 이때 처음 공개됐다. 배찌체는 그해 5월 넥슨이 연 '배찌 손글씨 공모전'의 최우수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기사는 "유저의 필체로 해석된 넥슨의 대표 캐릭터 배찌의 손글씨"라고 표현했다(새턴경제, 2019-10-08).

  • 목적: 게임 IP(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배찌, 피파)를 글자로 확장하고 이용자와 함께 만들기
  • 구성: 본문용 고딕 2종 + 게임별 디스플레이 서체 3종
  • 배포 조건: 개인, 학교, 공익 목적 단체 등이 비상업적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됐다. 상업적 이용 조건은 당시 기사에 없으며, 현재 약관은 레벨업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공모전 수상작을 서체로 만든 배찌체는 이용자의 손글씨를 브랜드 자산으로 되돌려 준 드문 사례다. 서체가 게임 커뮤니티의 참여물이 된다는 점에서 배민 글림체의 '가지고 노는 글자'와 닿아 있다.

토스페이스: 글자가 아니라 이모지를 폰트로

토스의 토스페이스(Toss Face)는 한글 서체가 아니라 이모지 폰트다. 토스 공식 페이지는 토스페이스가 3,600개의 이모지로 만들어진 폰트이며, 이모지가 누구나 이해하는 시각 언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더 쉽게 소통하는 세상을 바라며 만들었다고 설명한다(토스, 토스페이스 페이지). 고현선 토스 그래픽 디자인 팀 리더는 "같은 이모지가 OS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의 운영체제에 따라 같은 이모지가 달라 보이고, OS 업데이트가 끊긴 기기에서는 최신 이모지가 아예 나오지 않는 문제가 계기였다. TTF 형식이라 키보드에서 글자처럼 하나씩 입력할 수 있고, 2023년 레드닷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받았다(디아이투데이, 2024-10-15).

  • 목적: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같은 이모지 경험을 주기 위한 앱 내부 일관성
  • 구성: 같은 크기와 하나의 컬러 팔레트로 그린 이모지 3,600개, TTF 폰트
  • 배포 조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저작권은 토스 팀에 있다. 상업적 사용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하지만, 저작권 침해나 악의적 도용이 있으면 무료 배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토스, 토스페이스 페이지)

토스페이스는 기업 서체의 범위가 '글자'를 넘어 '화면에 찍히는 모든 기호'로 넓어졌음을 보여 준다. 토스의 다른 전용 글꼴에 관해서는 이번 조사에서 공식 페이지나 기사로 확인되는 자료를 찾지 못해 다루지 않는다.

카카오 글씨: 화면을 위해 새로 짜고 OFL로 풀다

카카오는 2025년 6월 17일 새 디지털 서체 '카카오 글씨'를 무료로 공개했다. 제목용 '카카오 큰글씨'와 본문·캡션용 '카카오 작은글씨' 2종으로, 스마트폰과 PC 화면의 가독성에 맞춰 새로 설계했다. 작은글씨는 작은 크기에서도 선명하도록 자간을 넓히고 선을 정돈했다. 특징은 두 가지다. 초성만 단독으로 써도 의미가 전달되도록 초성의 크기와 비례를 조절해 독립된 글자처럼 보이게 했고, 리가처 기능으로 여러 기호 조합을 정돈된 이모티콘이나 화살표로 자동 변환한다(카카오, 2025-06-17).

  • 목적: 타이핑과 스크롤에 익숙한 시대에 맞는 화면용 서체를 무료로 제공
  • 구성: 큰글씨(제목용)·작은글씨(본문용) 2종, 초성 단독 표기와 리가처 지원
  • 배포 조건: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 적용. 개인·상업 용도 모두 무료이며, 카카오 기업사이트와 RixFont 클라우드, 어도비 폰트에서 받을 수 있다

신영섭 카카오 BX디자인 리더는 "카카오 글씨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화면에서 최적의 가독성과 표현력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밝혔다(카카오, 2025-06-17). 카카오 글씨가 다른 사례와 다른 점은 라이선스다. 회사 고유 약관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OFL을 택해, 사용자가 조건을 따로 해석할 필요를 없앴다.

무료라고 다 같은 무료가 아니다

네 사례의 배포 조건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하다.

  • 삼성원: 외부 배포 안내 없음. 내부 일관성을 위한 서체
  • 넥슨 레벨업 서체: 비상업적 용도 무료로 보도됨. 상업 이용은 약관 확인 필요
  • 토스페이스: 무료, 저작권은 토스 보유, 일부 경우를 제외한 상업 이용 가능, 도용 시 배포 중단 가능
  • 카카오 글씨: OFL, 개인·상업 모두 무료

그 밖에 야놀자의 '야체'는 2015년 말 시점에 야놀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었다고 보도됐지만(텐아시아, 2015-12-29), 제작 목적과 구성을 설명하는 기사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해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기업 서체를 쓰려는 쪽이 기억할 것은 하나다. '기업이 만든 무료 폰트'라는 말만으로는 조건을 알 수 없고, 서체마다 약관 원문을 열어 봐야 한다.

관련 글: 「현대카드 유앤아이 20년: 전용서체가 브랜드 자산이 되는 법」, 「배달의민족 한나체: 폰트가 마케팅이 된 사례」

자주 묻는 질문

삼성원 서체는 내려받아 쓸 수 있나?

삼성디자인 소개 페이지에는 서체 소개 자료(PDF) 다운로드만 있고, 서체 파일의 외부 공개나 무료 사용 조건은 안내되지 않는다. 삼성 제품·서비스 전반의 일관성을 위한 내부 서체로 소개되므로, 외부 사용은 삼성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넥슨 배찌체는 상업적으로 써도 되나?

2019년 공개 당시 기사는 개인·학교·공익 목적 단체의 비상업적 용도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만 전했다. 상업적 이용 조건은 기사에 없으므로 넥슨 레벨업 사이트의 현재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카카오 글씨의 OFL은 무엇을 허용하나?

카카오 보도자료는 오픈 폰트 라이선스를 적용해 개인·상업 용도 모두 무료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OFL은 서체의 사용·수정·재배포를 허용하되 서체 자체를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은 막는 라이선스로, 구체적 조건은 라이선스 원문을 따른다.

전용서체 개발 문의 전용서체란 무엇인가 지자체 전용서체 현황

참고 자료

  1. 「Samsung One - The new universal typeface for Samsung」, 삼성디자인(design.samsung.com), 날짜 없음. https://design.samsung.com/kr/contents/samsungone/
  2. 「넥슨, 한글날 기념 서체 5종 무료 배포...개인, 단체 등 비상업적인 용도로 활용 가능」, 새턴경제, 2019-10-08. https://www.sateconomy.co.kr/news/view/179589886237935
  3. 「토스페이스」, 토스(toss.im), 날짜 없음. https://toss.im/tossface
  4. 「토스·배민이 전하는 폰트의 힘… 네, 폰트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디아이투데이, 2024-10-15. https://ditoday.com/?p=112019
  5. 「카카오, 새 디지털 서체 '카카오 글씨' 제작 및 무료 배포」, 카카오 보도자료, 2025-06-17. 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1594
  6. 「글자만 봐도 '아~그 회사', 서체 개발 열풍」, 한경 매거진, 2017-02-15.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1702148179b
  7. 「야놀자 야체 관련 보도」, 텐아시아, 2015-12-29. https://www.tenasia.co.kr/article/201512292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