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서체 연대기 · 10편

공공기관 전용서체: 학교 안심폰트·공군 서체·국립공원 서체

학교가 폰트 저작권 분쟁에 시달리자 교육부와 KERIS는 OFL로 쓰는 학교안심글꼴을 만들었다. 공군은 항공기 도장에 쓸 서체를, 국립공원공단은 손글씨 서체를 공개했다. 공공 서체의 목적과 배포 조건이 왜 제각각인지 살핀다.

공공기관이 전용서체를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둘로 모인다. 하나는 기관의 정체성을 글자로 드러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속 기관과 국민이 저작권 걱정 없이 쓸 글꼴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학교안심글꼴은 후자가 출발점이었고, 공군의 바른공군체·강한공군체와 국립공원공단의 KNPS오대산체는 전자에 가깝다. 세 경우 모두 결과물은 무료로 공개됐지만, 허용 범위는 OFL부터 공공누리, 기관 자체 약관까지 서로 다르다.

학교는 왜 '안심' 글꼴이 필요했나?

학교 현장의 폰트 분쟁은 2010년대 후반 기사에 반복해 등장한다. 한국교육신문(2019-04-25)은 공립 고교 교사가 학습지를 PDF로 만들어 학교 교과자료실에 올렸다가 법무법인으로부터 합의금 지불 또는 소송 예고 서류를 받은 사례를 전했다. 교육청이 배포한 폰트 저작권 검사기는 PDF 안의 글꼴을 검사하지 않아 문제를 미리 알 수 없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는 행정실무사가 홈페이지에 올린 소식지와 현수막 때문에 두 폰트 업체에 대한 배상 요구를 받았는데, 요구안은 개당 135만 원짜리 1년 사용 패키지 2개를 사거나 업체별 합의금 66만 원씩을 내는 것이었다. 학교는 협의 끝에 패키지 하나만 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법원의 판단은 갈렸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 박종민 변호사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한국교육신문, 2024-03-05), 학교 직원이 학교 컴퓨터로 만든 가정통신문에 문제 폰트가 쓰인 인천광역시교육청 사건(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1. 9. 선고 2017나33081)에서는 서체 회사가 이겼고, 외부 업체가 제작한 홈페이지가 문제가 된 서울특별시교육청 사건(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0. 18. 선고 2019나32013)에서는 교육청이 이겼다. 인천 사건의 청구액은 400만~500만 원이었지만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약 100만 원이었다. 청구와 인정액의 차이가 크고, 학교 예산은 쓰임이 정해져 있어 즉시 합의하기도 어렵다. 결국 분쟁을 사후에 막기보다 처음부터 문제없는 글꼴을 학교에 쥐여 주는 쪽이 싸다는 계산이 선다.

학교안심글꼴은 누가 얼마에 만들었나?

교육부는 2023년 3월 학교와 교육기관은 물론 일반 국민도 쓸 수 있는 학교안심글꼴 13서체(24종)를 새로 개발해 보급했다(디지털인사이트, 2023-04-12). 라이선스는 OFL(오픈 폰트 라이선스)이어서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영리 목적에도 쓸 수 있다. 같은 시기 교육저작권지원센터의 글꼴 점검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뀌었고, 글꼴 분쟁과 내용증명 상담은 전담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맡게 됐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교육부와 KERIS가 학교에 제공하는 자유 이용 폰트는 114개 폰트 234종에 이른다(한국교육신문, 2024-03-05).

발주 기록을 보면 이 사업이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2026-10-27)에 따르면 KERIS의 학교 안심폰트 구매·보급 사업은 2022년 11월 윤디자인(2억 1,780만 원), 2023년 11월 디자인210(1억 400만 원), 2024년 6월 헤움디자인(8,400만 원), 2025년 4월 투게더그룹(1억 400만 원)으로 해마다 이어졌다. 첫해 계약이 가장 컸고, 이후에는 1억 원 안팎으로 보강하는 구조다. 2025년 6월에는 KERIS 전용서체 개발(1억 400만 원, 투게더그룹), 2026년 5월에는 본문용 전용서체 개발(1억 2,800만 원, 투게더그룹)이 따로 발주됐다. 기존 상용 서체를 사서 나누는 단계에서 기관이 직접 서체를 소유하는 단계로 옮겨 가는 흐름이다. 전남교육청도 2023년 8월 헤움디자인과 3,960만 원에 전용서체를 계약했다(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 2026-10-27).

공군은 왜 서체를 두 벌 만들었나?

공군은 서체 개발 업체 투게더그룹과 약 9개월 동안 협업해 본문용 바른공군체와 제목용 강한공군체를 만들어 2022년 1월 일반에 무료로 공개했다(파이낸셜뉴스, 2022-01-10). 기존 '대한민국공군' 로고의 곧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상승과 날개의 이미지를 더했고, 각 서체는 중간 굵기와 두꺼운 굵기 두 가지로 제작됐다. 글자 수는 한글 2,780자, 영문 95자, 특수문자 737자이며, 특수문자에는 2021년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받은 공군 픽토그램 481개가 들어 있다.

공군 서체의 목적은 분명하다.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를 포함한 임무 항공기의 국적표기 도장과 대내외 홍보물에 쓰는 것이다. 서체 2종과 사용 매뉴얼은 공군 공감 블로그, 공군 인터넷 홈페이지 자료실, 공군 인트라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기사에는 상업적 이용 등 세부 조건이 나오지 않으므로 외부에서 쓰려면 매뉴얼을 확인해야 한다.

국립공원·출판진흥원·저작권위원회의 서체는 무엇이 다른가?

국립공원공단의 KNPS오대산체는 2025년에 나온 손글씨 서체로 1종(Regular)이며 OTF로 배포된다. 배포 페이지의 공공누리 안내에 따르면 출처를 표시하면 온·오프라인 공유, 2차적 저작물로의 변경, 영리 목적 이용이 모두 가능하고, 공공기관이 후원하거나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만 금지된다(산돌구름 KNPS오대산체 페이지).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2026-10-27)에는 국립공원 디지털 서체 사업이 2025년 4월 티랩과 1,800만 원에 계약된 것으로 잡혀 있다. 억 단위가 흔한 전용서체 사업 가운데 손글씨 1종은 이 정도 규모로도 가능하다는 사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순바탕은 성격이 다르다. 전자출판용 본문 서체로, 저작권자는 진흥원이고 제작은 윤디자인그룹이 맡았으며 Light·Medium·Bold 3종으로 구성된다(산돌구름 순바탕 페이지).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2026-10-27)에 따르면 전자출판용 서체 사업은 2017년 5월 윤디자인과 2억 7,032만 원에 계약됐다. 전자출판 서체를 국가가 만드는 발상은 더 앞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 12월 한국출판인회의와 함께 바탕체·돋움체를 각 3종씩 전자출판에 맞게 만들어 공개했는데, 당시 전자책이 인쇄용 폰트나 2,350자 기본 세트를 쓰느라 글자가 깨지거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들었다. 이 서체는 유니코드 기준 한글 11,172자, 한자 4,888자, 라틴·숫자·기호 94자, 특수문자 986자 등 17,140자였고, 출판사의 폰트 사용료 절감액을 연 200억 원으로 기대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11-12-22).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서체를 발주하는 대신 국민의 손글씨를 모았다. 문체부와 위원회는 2016년 10월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공유전'에서 훈민정음 서문을 A4 용지에 쓴 손글씨를 모집해 폰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료 폰트의 상당수가 개인용으로만 허용돼 학교와 기업이 분쟁을 겪고, 폰트 업체가 초등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일이 배경이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6-10-07). 이후 KCC김훈체·KCC박경리체·KCC안중근체에 이어 2021년 3월 KCC임권택체가 OFL로 공유마당에 공개됐다(세계일보, 2021-03-09).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2026-10-27)에는 위원회의 손글씨 폰트 제작 사업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6,000만~7,800만 원 규모로 발주된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집계에는 국립한글박물관 글꼴 제작(2020년 10월, 윤디자인, 1억 2,650만 원)과 도로교통공단 CI 및 전용서체(2024년 4월, 매스씨앤지, 1억 3,600만 원)도 잡혀 있다.

공공 서체의 배포 조건은 왜 제각각인가?

같은 '무료 공개'라도 조건은 세 갈래다. 학교안심글꼴과 KCC 서체는 OFL을 택했다. OFL은 2005년 1.0, 2007년 2월 1.1이 나온 뒤 본문이 바뀌지 않은 라이선스로, 자유로운 수정과 재배포를 허용하되 지정된 글꼴 이름(Reserved Font Name)을 보호한다(SIL Open Font License 누리집). KNPS오대산체처럼 공공누리 조건으로 배포되는 서체는 출처 표시가 핵심이다. 반면 순바탕은 인쇄·출판·영상·웹·모바일에 허가 없이 쓸 수 있고 BI/CI 용도도 열려 있지만, 수정·변형과 개명, 제3자 재배포·판매는 금지된다(산돌구름 순바탕 페이지).

차이의 뿌리는 목적에 있다. 교육 현장의 분쟁을 없애려는 서체는 조건을 최대한 풀어야 하고, 기관의 상징으로 쓰는 서체는 변형을 막아야 한다. 공공 서체를 쓰기 전에 '무료'라는 말보다 어떤 라이선스 이름이 붙어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하다.

관련 글: 「폰트 저작권 분쟁에서 공공누리까지: 전용서체가 답이 된 이유」, 「지자체 전용서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발주부터 배포까지」

자주 묻는 질문

학교안심글꼴은 학교 밖에서도 쓸 수 있나?

쓸 수 있다. 교육부가 2023년 3월 보급한 학교안심글꼴 13서체(24종)는 OFL로 공개돼 개인과 기업이 영리 목적에도 쓸 수 있다(디지털인사이트, 2023-04-12). 다만 OFL은 글꼴 파일 자체를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을 막고 지정된 글꼴 이름을 보호하므로, 수정해 배포할 때는 이름을 바꿔야 할 수 있다.

공군 서체는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나?

공군은 바른공군체와 강한공군체를 일반에 무료로 공개했고, 서체 파일과 사용 매뉴얼을 공군 공감 블로그와 공군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파이낸셜뉴스, 2022-01-10). 상업적 이용 범위는 기사에 나오지 않으므로 매뉴얼의 조건을 따라야 한다.

공공기관 전용서체 개발비는 보통 얼마나 드나?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2026-10-27) 기준으로 손글씨 1종인 국립공원 디지털 서체는 1,800만 원, 전남교육청 전용서체는 3,960만 원, KERIS 본문용 전용서체 개발은 1억 2,800만 원, 전자출판용 서체(순바탕)는 2억 7,032만 원이었다. 종수와 글자 수, 본문용 여부에 따라 열 배 넘게 차이 난다.

전용서체 개발 문의 전용서체란 무엇인가 지자체 전용서체 현황

참고 자료

  1. 「'저작권 침해 소송' 골머리 앓는 교단」, 한국교육신문, 2019-04-25. https://www.hangyo.com/mobile/article.html?no=88426
  2. 「[교단법률] 폰트는 왜 마음대로 쓰면 안되나요?」, 한국교육신문, 2024-03-05. https://hangyo.com/mobile/article.html?no=101059
  3. 「"저작권 걱정 없이 안심하고 수업하세요!"」, 디지털인사이트, 2023-04-12. https://ditoday.com/?p=71020
  4. 「공군, 전용 서체 2종 개발… 일반에 무료 배포」, 파이낸셜뉴스(뉴스1), 2022-01-10. https://www.fnnews.com/news/202201100946503609
  5. 「KNPS오대산체」, 산돌구름, 2025.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22705/KnpsOdaesan
  6. 「순바탕」,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16215/SunBatang
  7. 「문화부, 전자 출판용 서체 개발 보급」, 문화체육관광부, 2011-12-22. https://www.mcst.go.kr/site/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1850
  8. 「국민 손글씨로 만든 글꼴, 누구나 자유롭게 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6-10-07. https://www.mcst.go.kr/site/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5621
  9. 「임권택 감독 손글씨체 'KCC임권택체' 무료 공개」, 세계일보, 2021-03-09.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309504214
  10. 「OFL」, SIL Open Font License. https://openfontlicense.org/
  11. 폰트룩업 나라장터 집계,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