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서체 연대기 · 4편
광역 전용서체 1세대: 부산체·제주서체·경기천년체(2010~2016)
2008년 서울서체 이후 부산·제주·경기가 차례로 전용서체를 냈다. 1종짜리 부산체, 산돌이 만든 제주서체, iF 본상을 받은 경기천년체까지 1세대의 구성과 배경을 출처로 확인하고, 2012년 논문의 평가와 광역 17곳 중 10곳의 현황을 짚는다.
서울시가 2008년 서울한강체·서울남산체 9종을 낸 뒤, 광역 단위에서 전용서체를 뒤따라 만든 곳은 제주특별자치도(2010년), 부산광역시(2010년 무렵), 경기도(2016년 착수, 2017년 배포)였다. 세 곳의 서체는 모두 무료로 풀렸지만 짜임새는 서로 달랐다. 부산체는 Regular 1종, 제주서체는 고딕과 손글씨 등 성격이 다른 서체를 묶은 가족, 경기천년체는 제목용·본문용·세로쓰기까지 갖춘 6종 체계였다. 이 글은 세 서체의 배경과 구성, 2012년 학계의 평가, 그리고 2026년 현재 광역 17곳 중 10곳이 서체를 가진 지도를 정리한다.
서울서체 다음은 누구였나
서울시 문화분야 누리집은 서울서체 개발 연혁을 2008년 정체 9종, 2011년 장체 10종, 2024년 기능서체 4종(서울알림체)으로 적고 있다. 이 가운데 2008년 정체 9종이 광역 지자체 전용서체의 출발점이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제주와 부산이다. 산돌구름 배포 페이지는 제주고딕과 제주한라산의 출시 연도를 2010년으로, 부산체의 출시 연도를 2011년으로 적고 있다. 폰트룩업 등록부(2026-10-27)는 부산체를 2010년으로 분류하는데, 두 기록의 차이는 개발 완료와 공개 배포 시점의 차이로 보이며 이 글은 "2010년 무렵"으로 둔다.
특허청 통계도 이 시기의 열기를 보여준다. 서울신문(2019년 10월 7일)에 따르면 한글 글자체를 디자인권으로 보호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2019년까지 852건이 출원되고 584건이 등록됐는데, 첫해 6건이던 출원이 2011년 9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기사는 지자체가 지역 브랜드 홍보를 위해 글자체를 쓰는 흐름의 사례로 서울서체와 제주서체를 들었다.
부산체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나
부산시 공식 서체 페이지는 부산체를 "문서, 인쇄물, 안내판의 제목과 본문"에 쓰기 위해 개발한 전용 글꼴로 소개한다. 디자인 설명은 자음과 모음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고딕체의 직선과 곡선을 부드럽게 처리했으며, 모음과 받침을 연결해 리듬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파일은 웹문서·일반 문서용 TTF와 그래픽·고급 인쇄용 OTF 두 가지로 제공되고, 윈도우와 맥 설치 안내가 따로 있다.
구성은 단출하다. 산돌구름 페이지 기준으로 부산체는 Regular 1종이며, 제작사와 저작권자 모두 부산시청으로 표기돼 있다. 실제 제작을 맡은 서체 회사는 공식 페이지와 배포 페이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 이 글에서는 적지 않는다. 사용 조건은 부산광역시가 배타적 산업재산권을 갖되 누구나 영상·인쇄·웹·모바일에 허가 절차 없이 무료로 쓸 수 있고, 유료 양도나 판매 같은 상업 행위는 금지한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2026년 10월 부산단디체 7종을 새로 내면서 같은 페이지에 부산체를 나란히 두고 있다. 1종짜리 제목·본문 겸용 서체에서 16년 만에 고딕·명조 각 3종과 손글씨체로 넘어간 셈인데, 이 변화는 6편에서 다룬다.
제주서체는 왜 고딕과 손글씨를 함께 냈나
제주서체는 1세대 중 유일하게 제작사가 확인되는 사례다. 산돌구름의 제주고딕 페이지와 제주한라산 페이지는 제작사를 Sandoll Inc.(산돌), 저작권자를 제주특별자치도, 출시 연도를 2010년으로 적고 있다. 제주고딕은 민부리(산세리프) 계열, 제주한라산은 손글씨(스크립트) 계열이며 둘 다 Regular 1종이다. 글자 수는 두 서체 모두 한글 11,172자, 라틴 94자, 부호 986자, 추가 글리프 160자로 같다. 한글 완성형 11,172자를 모두 담았다는 점은 당시 공공서체로서는 넉넉한 규모였다.
사용 조건은 부산체와 비슷하다. 영상·인쇄·웹·모바일 등에 별도 허가 없이 쓸 수 있고, 서체를 유료로 양도하거나 판매하는 상업 행위는 금지한다. 산돌구름 요약표는 인쇄출판·웹사이트·포장지·영상·임베딩·BI/CI 용도를 모두 "사용 가능"으로 표시한다. 고딕으로 공문서와 안내물을, 손글씨로 관광 홍보물을 맡기는 역할 분담은 이후 기초단체 서체에서 흔한 패턴이 되는데, 그 원형이 제주에 있다.
경기천년체는 어떻게 iF 본상까지 받았나
경기천년체는 1세대 중 가장 늦게 나왔고 가장 체계적이었다. 서울신문(2018년 2월 2일)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6년 6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서체를 개발해 2017년 4월 공식 배포했다. 콘셉트는 '이음'으로, 1000년 역사와 한반도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유연한 도민 성향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구성은 제목용 3종, 본문용 2종, 제목용 세로쓰기 1종이며 완성형 한글 2,350자, 조합형 8,822자, 영문 94자, KS 약물 986자를 포함한다. 산돌구름의 경기천년제목 페이지는 Light·Medium·Bold·Vertical Bold 4종을 보여주고, 제작사를 티랩, 저작권자를 경기도청, 출시 연도를 2017년으로 적는다. 나라장터 공개 낙찰 기록으로는 2016년 5월 박윤정앤타이포랩이 1억 4,370만원에 낙찰받았다(폰트룩업 등록부, 2026-10-27). 서울알림체 기사에서 티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박윤정으로 확인되므로 같은 계열의 작업으로 읽힌다.
같은 기사는 경기천년체가 2018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타이포그래피) 부문 본상을 받았으며, 54개국 6,400여 출품작 가운데 공공기관 서체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기도는 한글과컴퓨터와 계약해 한컴오피스에 서체를 탑재했고, 2017년 7월 3일부터 9월 1일까지 "경기천년체 활용·인지도 제고를 위한 경기 좋은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출품작에 경기천년체 사용을 의무화했다(씽유 공모전 안내). 서체를 만든 뒤 쓰이게 만드는 데까지 예산과 일정을 배정한 첫 광역 사례였다.
2012년 논문은 1세대를 어떻게 평가했나
정유경(경기대)의 「지방자치단체의 한글 전용서체에 대한 조형성 고찰」은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브랜드디자인학연구』 10권 4호(통권 23호, 2012년 12월) 169~180쪽에 실렸다. 초록은 컴퓨터 보급으로 서체 제작 환경이 좋아지고 공공기관의 전용서체 수요가 늘면서 개발이 확산됐지만, 2000년대 이후 지자체 전용서체에는 "완성도의 미흡함과 차별성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분석 대상은 서울서체·부산체·제주서체로, 자음과 모음의 형태적 조형과 결합에 따른 구조적 조형을 비교해 각 서체가 도시 이미지 콘셉트를 어떻게 글자꼴로 옮겼는지 살폈다. 결론부는 형태 분석에 그치지 말고 공공서체로서의 활용 전략, 시각적 고유성, 상징성이라는 기능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 글은 논문의 초록과 목차까지만 확인했고 본문의 서체별 판정은 열람하지 못했다. 다만 1세대 서체 세 가지가 나온 지 2년 만에 "완성도와 차별성"이 학술적으로 문제 제기됐다는 사실은 기억할 만하다. 2016년 경기천년체가 콘셉트와 체계를 앞세운 것은 이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읽을 수 있다.
광역 17곳 중 10곳, 지금의 지도는 어떤가
폰트룩업 등록부(2026-10-27) 기준으로 광역 17곳 가운데 전용서체를 가진 곳은 10곳이다. 서울(2008년, 2024년 서울알림체 추가), 제주(2010년), 부산(2010년 무렵 부산체, 2026년 10월 부산단디체), 전남(푸른전남체 2015년), 경기(경기천년체 2016년 착수), 광주(빛고을광주체 2018년), 세종(세종글꽃체 2022년), 강원(강원특별자치도체 2023년), 전북(전북특별체 2024년), 충남(충남체) 순이다. 충남체는 연도를 확인하지 못해 이름만 적는다.
금액이 공개된 광역 사례는 셋이다. 전라남도는 2015년 6월 김현선디자인연구소와 1억 1,250만원(상징물 매뉴얼 포함)에, 경기도는 2016년 5월 박윤정앤타이포랩과 1억 4,370만원에, 부산광역시는 2025년 8월 윤디자인과 1억 7,900만원에 계약했다(나라장터, 폰트룩업 등록부). 10년 사이 광역 서체 한 건의 값이 1억 1천만원대에서 1억 8천만원 가까이로 올랐는데, 종수와 글자 수, 시민 참여 절차가 함께 늘어난 결과다. 1세대가 "우리 도시의 글꼴이 있다"를 목표로 했다면, 이후 세대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가"로 질문을 옮겼다. 그 전환의 가장 큰 물결이 2021~2023년 기초단체에서 일어났고, 이는 5편에서 다룬다.
관련 글: 「기초단체 전용서체 집중기(2021~2023): 영덕·상주·구미의 선택」, 「본문용·다국어로 간 2세대: 부산단디체와 서울알림체(2024~2026)」
자주 묻는 질문
부산체는 몇 종이고 어디에 쓸 수 있나?
부산체는 Regular 1종이며 TTF와 OTF로 제공된다. 부산시는 문서·인쇄물·안내판의 제목과 본문에 쓰도록 만들었고, 영상·인쇄·웹·모바일 어디서나 허가 없이 무료로 쓸 수 있다. 서체를 유료로 양도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만 금지한다.
제주서체는 누가 만들었고 글자 수는 얼마나 되나?
산돌구름 배포 페이지 기준으로 제주고딕과 제주한라산은 산돌(Sandoll Inc.)이 제작했고 저작권은 제주특별자치도에 있다. 둘 다 2010년 출시이며 한글 11,172자, 라틴 94자, 부호 986자, 추가 글리프 160자를 담았다.
경기천년체는 어떤 상을 받았나?
경기천년체는 2018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타이포그래피) 부문 본상을 받았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54개국 6,400여 출품작 가운데 선정됐고, 공공기관 서체로는 처음이었다.
참고 자료
- 「서울서체」, 서울특별시 문화분야 누리집.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29602
- 「부산시 서체」, 부산광역시. https://www.busan.go.kr/bhbusan/font
- 「부산체 / BusanFont」,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16209/BusanFont
- 「제주고딕 / JejuGothicOTF」,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ont/FREE/212.html
- 「제주한라산 / JejuHallasanOTF」,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ont/FREE/214.html
- 「경기천년제목 / GyeonggiTitle」,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16053/GyeonggiTitle
- 「경기천년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8' 수상…지자체 최초」, 서울신문, 2018-02-02. https://m.go.seoul.co.kr/news/2018/02/02/20180202500101
- 「경기천년체 활용·인지도 제고를 위한 경기 좋은 디자인 공모전」, 씽유(thinkyou), 2017. https://thinkyou.co.kr/contest/6441/
- 정유경, 「지방자치단체의 한글 전용서체에 대한 조형성 고찰」, 브랜드디자인학연구 10권 4호, 2012-12. https://www.earticle.net/Article/A190008
- 「서울남산체·제주한라산체 등 한글 글자체 개발 활발」, 서울신문, 2019-10-07. https://m.go.seoul.co.kr/news/2019/10/07/20191007500056
- 폰트룩업 등록부(2026-10-27), 광역·기초단체 전용서체 집계 및 나라장터 공개 낙찰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