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서체 연대기 · 6편

본문용·다국어로 간 2세대: 부산단디체와 서울알림체(2024~2026)

2024년 서울알림체와 2026년 부산단디체는 제목용 상징 서체였던 1세대와 달리 공공안내와 공문서 본문을 겨냥했다. 라틴 확장 813자, 시민 11,352명 선호도 조사, 지하철 노선도 적용 같은 선택이 무엇을 바꿨는지, 그리고 OFL로 푼 원주체와 해외 상을 받은 영월체가 보여주는 다음 흐름을 정리한다.

2024년 서울시의 서울알림체 4종과 2026년 10월 부산시의 부산단디체 7종은 지자체 전용서체의 목표가 "도시를 상징하는 제목 글꼴"에서 "공공안내와 공문서 본문까지 감당하는 글꼴"로 옮겨 갔음을 보여준다. 서울알림체는 2008년 서울서체 1.0 이후 처음 추가된 새 서체로 2025년 4월 지하철 노선도 개편에 쓰였고, 부산단디체는 한글 11,172자에 라틴 확장 813자를 더해 130여 개국 표기를 겨냥하면서 시민 11,352명의 선호도 조사를 거쳤다. 같은 시기 원주시는 서체를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로 풀었고, 영월군의 손글씨 서체는 해외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 글은 왜 본문용이 필요했는지, 2세대가 1세대와 어디서 갈라지는지, 그리고 최근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핀다.

왜 본문용 서체가 필요했나

1세대 광역 서체와 집중기 기초단체 서체의 상당수는 제목용이었다. 4편에서 본 부산체는 Regular 1종이었고, 5편에서 본 낭만있구미체는 디스플레이용으로 한글 2,780자만 담았다. 제목용은 포스터와 현수막에서는 돋보이지만, 보고서 본문이나 긴 안내문에 쓰면 읽기 어렵거나 글자가 모자란다. 그래서 전용서체를 가진 지자체도 정작 공문서와 누리집 본문에는 기존 서체를 쓰는 일이 흔했다.

서울시는 이 간극을 "기능서체"라는 이름으로 메웠다. 서울시 문화분야 누리집은 서울서체 개발 연혁을 2008년 1.0 정체 9종, 2011년 1.0 장체 10종, 2024년 2.0 기능서체 4종(서울알림체)으로 적고, 서울알림체를 "공공안내에 최적화된 기능성 서체"로 소개한다. 한옥의 열린 구조와 기와의 곡선을 담은 상징 서체(서울한강체·서울남산체)와,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한 기능 서체를 역할로 나눈 것이다. 부산시는 한 걸음 더 가서 고딕과 명조를 "공공문서 기준에 맞춰 글자폭과 자간을 맞춰" 장평을 조절하지 않고도 제목·본문·사인물·화면에 쓸 수 있게 했다(디지털 인사이트, 2026년 10월 14일). 본문용이란 결국 공무원이 매일 쓰는 문서 양식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서체를 뜻한다.

서울알림체는 무엇을 바꿨나

서울알림체는 Medium·Bold·Extra Bold·Heavy 4종이다. 가는 굵기를 두지 않은 것부터 용도가 안내물임을 말해 준다. 디자인컴퍼스(2025년 5월 12일)에 따르면 개발은 티랩이 맡았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박윤정, 타입 디자이너는 박한솔·Edward July·박진현이다. 설계 원칙은 셋으로 정리된다. 글자 폭을 같게 맞추고 네모꼴 구조를 유지한 가독성, 손글씨 느낌의 곡선 획이 주는 인간미, 부채꼴 꼭지와 곡선 가로획으로 글자를 구분하는 식별성이다. 티랩은 4편에서 본 경기천년체의 배포 페이지에도 제작사로 올라 있어, 광역 본문용 서체의 설계 경험이 한 회사에 쌓여 있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적용처는 지하철 노선도다. 서울시는 2025년 4월 1974년 1호선 개통 이후 40여 년 만에 노선도를 바꾸면서 픽토그램과 함께 서울알림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승객이 매일 읽는 안내물에 전용서체를 넣은 것은 서체의 "활용"이 홍보물 로고가 아니라 공공 정보의 가독성 문제임을 선언한 것과 같다. 사용 조건은 서울서체 전체와 같다.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으나 판매·유상양도·무단배포는 허용되지 않으며, 서울시 누리집은 서울서체를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으로 안내한다. 서울서체는 2024년 기준 총 23종이 됐다.

부산단디체는 왜 813자의 라틴 확장을 넣었나

부산단디체는 폰트룩업 등록부(2026-10-27) 기준 2026년 10월 11일부터 배포된 7종이며, 개발사는 윤디자인이다. 나라장터 공개 낙찰은 2025년 8월 1억 7,900만원이다. 디지털 인사이트(2026년 10월 14일)에 따르면 고딕 3종과 명조 3종은 같은 골격을 공유하고, 나머지 1종은 시민 공모 손글씨체다. 한글은 11,172자 전부를 지원하고, 라틴 확장 813자를 유럽·동남아시아 등 주요 언어권에 맞춰 설계해 라틴 문자권 100여 개 언어, 130여 개국 표기가 가능하다. 1세대 부산체와 제주서체의 라틴이 94자, 즉 영문 기본 글자였던 것과 견주면 라틴 문자만 아홉 배 가까이 늘었다.

이유는 부산이 설정한 쓰임새에 있다. 윤디자인은 개항 이후 국제 교역의 관문이었던 부산의 역사와 산과 바다가 맞닿은 도시 구조를 분석해 "다국어"와 "본문 체계"라는 두 설계 방향을 잡았다. 해외 홍보물과 국제행사 안내물을 전용서체로 작성하려면 베트남어나 독일어의 부호 붙은 글자까지 같은 서체 안에 있어야 한다. 부산시 서체 페이지는 이름이 사투리 '단디'에서 왔고, 2도의 기울기로 앞으로 나아가는 부산의 흐름을 표현했으며, 고딕과 명조는 가독성이 높아 본문과 공공 정보 전달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시는 보고서 양식, 표창장, 안내사인, 현수막, 축제 포스터, 유튜브 자막까지 적용 예시를 담은 활용 매뉴얼을 함께 배포하고, 윤디자인의 폰트 플랫폼 폰코(FONCO)에도 올려 회원 40만 명이 바로 쓰게 했다.

시민 11,352명은 무엇을 골랐나

2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참여의 규모다. 디지털 인사이트에 따르면 본문용 서체 개발에는 시민 11,352명이 참여한 선호도 조사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됐다. 집중기 기초단체의 손글씨 공모전이 응모작 가운데 금상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면, 부산은 만 명 단위로 서체 시안의 선호를 물었다. 손글씨체도 공모전에서 나왔다. 부산시는 2026년 3월 '부산, 글자로 미래를 짓다'를 주제로 도시 슬로건을 담은 손글씨를 받았고, 윤디자인이 대상작의 필기 습관과 획 흐름을 분석해 디지털 서체로 만들었다. 윤디자인은 서체 설계뿐 아니라 공모전 기획·운영, 선호도 조사, 활용 매뉴얼 제작, 저작권 등록, 개발 과정 아카이빙 책자 제작까지 맡았다. 1억 7,900만원이라는 금액에는 서체 파일 값만이 아니라 이 공정 전체가 들어 있다.

윤디자인 관계자는 같은 기사에서 "전용서체는 이제 단순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쓸 수 있느냐'로 확대되었다"고 말했다. 2012년 논문이 1세대에 요구한 "활용 전략"이 14년 만에 용역 과업의 일부가 된 것이다.

1세대와 2세대는 어디서 갈라지나

차이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종수와 역할이다. 부산체 1종, 제주고딕·제주한라산 각 1종이던 것이 부산단디체 7종, 서울서체 23종으로 늘었고, 제목용과 본문용, 상징용과 기능용이 나뉘었다. 둘째, 글자 범위다. 1세대의 라틴 94자가 813자가 됐고, 한글은 11,172자 완성형이 기본이 됐다. 셋째, 결정 방식이다. 1세대는 디자인 회사의 콘셉트에서 출발했고, 집중기는 손글씨 공모전으로 주민을 끌어들였으며, 2세대는 만 명 단위 선호도 조사를 거쳤다. 넷째, 쓰임의 증거다. 경기천년체가 iF 본상과 한컴오피스 탑재로 활용을 증명했다면, 서울알림체는 지하철 노선도로, 부산단디체는 활용 매뉴얼과 폰트 플랫폼 동시 배포로 증명하려 한다.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서울서체는 공공누리 제4유형으로 변경과 상업적 이용을 막고, 부산체는 배타적 산업재산권을 전제로 유료 양도만 금지한다. 라이선스는 여전히 지자체마다 다르고, 디자이너가 변형해 쓰는 일은 대개 허용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원주시의 선택이 눈에 띈다.

원주체와 영월체는 다음 흐름을 보여주나

원주체는 폰트룩업 등록부 기준 2026년 9월 배포됐다. 산돌구름 페이지에 따르면 제작사는 티랩, 저작권자는 원주시이며 Regular·Bold 2종의 민부리 서체로 한글·라틴·그리스 문자를 지원한다. 핵심은 라이선스다. 원주체는 SIL 오픈 폰트 라이선스 1.1로 배포되어 수정과 재배포가 허용되고, 수정본은 같은 OFL로 배포하되 원본 이름을 쓸 수 없으며, 파일 단독 판매만 금지된다. 지자체 서체 대부분이 "변경 금지"를 달고 나오는 가운데, 웹폰트 서브셋이나 파생 굵기를 누구나 만들 수 있게 연 드문 사례다. 이 점에서 원주체는 라이선스 면의 2세대라 할 만하다.

영월체는 품질 면의 신호다. 트윅(2025년 12월 30일)에 따르면 영월군이 2025년 7월 개발한 영월체는 동강·서강·요선암의 물길을 닮은 곡선과 석회암 절벽 선돌을 떠올리게 하는 직선으로 영월의 풍광을 담은 손글씨 서체다. K-디자인 어워드에서 23개국 3,070여 작품과 겨뤄 위너(동상 격)를 받았고, 68개국 1만여 작품이 출품된 독일 2026 iF 디자인 어워드 본선에 올랐다. MTN(2026년 9월 10일)은 영월체가 2026 대만 골든핀 디자인 어워드와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iF의 최종 결과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같은 트윅 기사는 속초시의 속초바다체 3종이 2025년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 공식 포스터에 쓰였다고 보도했다.

정리하면 2세대의 방향은 셋이다. 본문과 다국어까지 감당하는 체계(서울알림체·부산단디체), 변형과 재배포를 허용하는 라이선스(원주체), 그리고 국제 심사와 국가 행사에서 선택받는 완성도(영월체·속초바다체)다. 2012년 논문이 지적한 완성도와 차별성, 활용 전략의 세 과제에 각각 대응하는 셈이다. 기초단체 152곳이 아직 서체가 없고 광역 7곳도 마찬가지인 지금, 다음에 서체를 만드는 지자체가 참고할 기준은 1세대보다 훨씬 구체해졌다.

관련 글: 「광역 전용서체 1세대: 부산체·제주서체·경기천년체(2010~2016)」, 「기초단체 전용서체 집중기(2021~2023): 영덕·상주·구미의 선택」

자주 묻는 질문

부산단디체는 몇 종이고 어떤 언어를 지원하나?

고딕 3종, 명조 3종, 시민 공모 손글씨체 1종으로 모두 7종이다. 한글 11,172자를 모두 지원하고 라틴 확장 813자를 넣어 라틴 문자권 100여 개 언어, 130여 개국 표기가 가능하다. 윤디자인이 개발했고 2026년 10월부터 부산시 누리집과 폰코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서울알림체는 서울남산체와 무엇이 다른가?

서울남산체·서울한강체는 2008년 한옥의 구조와 곡선을 담아 만든 상징 서체이고, 서울알림체는 2024년 공공안내에 최적화해 만든 기능 서체다. Medium·Bold·Extra Bold·Heavy 4종이며 글자 폭을 같게 맞춘 네모꼴 구조로 가독성을 높였다. 2025년 4월 서울 지하철 노선도 개편에 적용됐다.

원주체는 상업적으로 쓰고 수정해도 되나?

원주체는 SIL 오픈 폰트 라이선스 1.1로 배포된다. 개인과 기업 모두 무료로 쓸 수 있고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며, 수정과 재배포가 허용된다. 다만 수정본은 같은 OFL로 배포해야 하고 원본 이름을 쓸 수 없으며,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으로 판매할 수는 없다.

전용서체 개발 문의 전용서체란 무엇인가 지자체 전용서체 현황

참고 자료

  1. 「서울서체」, 서울특별시 문화분야 누리집.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29602
  2. 「서울알림체, 18년만에 등장한 새 서울 서체」, 디자인컴퍼스, 2025-05-12. https://designcompass.org/2025/05/12/seoul-font-2/
  3. 「부산시, 지자체 최초 130개국 다국어 도시서체 '부산단디체' 도입」, 디지털 인사이트, 2026-10-14. https://ditoday.com/?p=154835
  4. 「부산시 서체」, 부산광역시. https://www.busan.go.kr/bhbusan/font
  5. 「원주체 / Wonju」,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23428/Wonju
  6. 「'영월체' 독일 디자인 시상식서 호평… 지자체 개발 '전용 서체' 전성시대」, 트윅(TWIG24), 2025-12-30. https://www.twig24.com/news/2025/12/30/20251230022003
  7. 「[글로컬픽] 단종 주제곡 '환생', 한·불 정상회의 울렸다…영월체는 일본·대만 디자인상」, MTN 머니투데이방송, 2026-09-10.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90917091261792
  8. 「경기천년제목 / GyeonggiTitle」, 산돌구름. https://www.sandollcloud.com/free-font/16053/GyeonggiTitle
  9. 정유경, 「지방자치단체의 한글 전용서체에 대한 조형성 고찰」, 브랜드디자인학연구 10권 4호, 2012-12. https://www.earticle.net/Article/A190008
  10. 폰트룩업 등록부(2026-10-27), 광역·기초단체 전용서체 집계 및 나라장터 공개 낙찰 기록.